선글라스를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두운 렌즈를 끼면 눈이 시원해 보이는 건 맞는데, 사실 자외선 차단 성능 없는 어두운 렌즈는 눈에 오히려 더 해롭습니다. 동공이 어두워진 환경에서 더 크게 열리면서 차단이 안 된 자외선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름 UV지수가 7 이상인 날, 눈은 피부보다 더 직접적으로 자외선을 맞고 있습니다.

UV-B는 백내장을, UV-A는 황반변성을 앞당깁니다
자외선이 눈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나뉩니다.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한 UV-B는 수정체에 집중적으로 손상을 줍니다. 수정체가 자외선에 노출될수록 활성산소가 발생하고, 이게 수정체 단백질을 변성시켜 혼탁하게 만드는 것이 백내장의 핵심 기전입니다. 자외선 누적 노출량이 많을수록 백내장 발병 시기가 앞당겨집니다.
파장이 긴 UV-A는 수정체를 통과해 망막까지 도달합니다. 특히 망막 중심부의 황반 부위에 있는 망막색소상피층에 산화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가해, 황반변성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황반변성은 중심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초기에는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하다가 갑자기 중심이 흐리게 보이거나 직선이 굽어 보이는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두 질환 모두 자외선 노출이 위험 인자로 꼽히며, 특히 어릴 때부터 자외선에 많이 노출된 경우 중장년 이후 발병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야외 활동이 많은 어린이도 선글라스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선글라스 고를 때 이것만 확인하면 됩니다
선글라스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렌즈 색깔이 아니라 자외선 차단 성능입니다. UV400이라는 표시가 있으면 400nm 이하 파장의 자외선을 99% 이상 차단한다는 의미로, UV-A와 UV-B를 모두 막아줍니다. 이 표시가 없는 어두운 렌즈는 동공을 크게 열면서 자외선은 그대로 통과시켜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렌즈 색깔은 그레이 계열이 색감 왜곡이 적고 일상에서 쓰기 좋습니다. 운전 중에는 갈색 계열이 눈부심 억제에 더 효과적입니다. 노란색 렌즈는 흐린 날 시야를 밝게 해주는 용도이지 자외선 차단 목적에는 맞지 않습니다.
프레임 크기도 중요합니다. 렌즈가 작으면 옆에서 들어오는 자외선을 막지 못합니다. 얼굴 외곽을 충분히 덮는 크기를 고르거나, 랩어라운드 형태를 선택하면 측면 자외선까지 차단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비싼 제품이 꼭 자외선 차단력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UV400 표시가 있는 3만 원짜리 선글라스가 그 표시 없는 30만 원짜리보다 눈 건강에 더 좋을 수 있습니다.

UV지수 7 이상인 날, 야외에서 눈 보호하는 법
기상청 앱이나 날씨 앱에서 UV지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UV지수 3~5는 ‘보통’, 6~7은 ‘높음’, 8~10은 ‘매우 높음’, 11 이상은 ‘위험’ 단계입니다. 여름 한낮에 7~9가 일상적으로 나오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오전 10시~오후 3시 사이가 하루 자외선 총량의 60% 이상이 몰리는 시간대입니다.
이 시간대 야외 활동이 불가피하다면 선글라스와 함께 챙이 넓은 모자를 함께 씁니다. 모자만으로는 눈에 들어오는 자외선의 50% 정도만 차단되지만, 선글라스와 함께 쓰면 99% 이상 차단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물, 모래, 콘크리트 같은 반사 표면이 있는 환경에서는 자외선이 두 배 가까이 강해질 수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눈이 더 빨리 피로해지는 이유가 바로 반사 자외선 때문입니다.
야외 활동 후 눈이 충혈되거나 이물감이 느껴지면 자외선 각막염(광각막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6~12시간 후 심해지는 경향이 있고, 대부분 며칠 안에 좋아지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안과를 찾아야 합니다. 여름철 온열질환과 마찬가지로 자외선 노출은 조기 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폭염 속 야외 활동 시 챙겨야 할 건강 주의사항은 폭염 온열질환 증상별 응급처치에서 확인하세요.
눈 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황반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음식으로 보충하면 자외선으로 인한 황반 손상을 어느 정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시금치, 케일, 계란 노른자, 옥수수 같은 음식에 풍부합니다. 영양제로도 나와 있지만 음식으로 먹는 것이 흡수율이 더 좋습니다.
스마트폰과 모니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도 황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자외선과 블루라이트를 동시에 차단하는 렌즈도 나와 있지만, 실외에서는 자외선 차단을 우선으로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40대 이후에는 매년 안과 검진을 받으면서 황반변성이나 백내장 초기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외선 노출이 많았던 야외 직업 종사자라면 더 일찍부터 정기 검진을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선글라스 하나 제대로 고르는 습관이 10년 후 눈 건강에 실제로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외선 차단은 피부만이 아니라 눈도 함께 챙겨야 완성됩니다. 선크림과 선글라스를 같이 습관으로 만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