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이면 안 되는 초가공식품, 아이 천식·면역에 미치는 영향

바쁜 날 아이 간식으로 과자 한 봉지를 쥐여줬을 때, 솔직히 죄책감이 드는 건 잠깐이고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싶어서요. 그런데 그 ‘하루 한 번’이 쌓이면 어떻게 될까요? 2026년 4월 국제 학술지 Allergy에 실린 스페인 나바라대 연구가 꽤 불편한 숫자를 내놓았습니다.

초가공식품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NOVA 분류로 보기

‘가공식품’과 ‘초가공식품’은 다릅니다. 흔히 헷갈리지만, 구분 기준은 생각보다 명확합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가 개발한 NOVA 분류 체계는 식품을 가공 정도와 목적에 따라 4단계로 나눕니다.

NOVA 분류 설명 예시
1군 (비가공·최소가공) 자연 그대로 또는 세척·냉동 정도 생과일, 냉동채소, 달걀, 우유
2군 (가공 조리재료) 1군에서 추출·정제한 재료 식용유, 밀가루, 소금, 설탕
3군 (가공식품) 1·2군을 결합해 만든 식품 치즈, 두부, 통조림 참치, 된장
4군 (초가공식품) 공업적 제조, 첨가물 다수 포함 라면, 과자, 탄산음료, 소시지, 시리얼, 즉석조리식품

핵심은 원재료의 형태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초가공식품(4군)입니다. 성분표에 유화제, 합성향료, 말토덱스트린, 아질산나트륨, 인공감미료처럼 가정에서 쓰지 않는 재료가 줄줄이 나온다면 초가공식품으로 봐도 됩니다. 보통 성분이 5가지를 넘고 첨가물 종류가 많을수록 4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식 위험 4배: 2026년 최신 연구가 말하는 것

스페인 나바라대 연구팀은 4~5세 아동 691명을 평균 3.4년간 추적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꽤 직접적이었습니다. 하루 열량의 30% 이상을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천식 발생 위험이 약 4배 높았습니다. 알레르기 진단을 받지 않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메커니즘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초가공식품에 다량 함유된 정제당·인공 첨가물이 체내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장내 미생물 환경을 변화시켜 면역계가 과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든다는 점입니다. 알레르기와는 별개의 경로로 폐를 자극한다는 의미입니다. 체중 같은 외부 변수를 보정해도 이 연관성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질병관리청의 국내 연구(2024)에서도 청소년의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높을수록 대사 질환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방간 위험은 1.75배, 인슐린 저항성은 2.44배, 중등도 이상 지방간 위험은 무려 4.19배였습니다. 천식뿐 아니라 아이의 대사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집에서 자주 주는 음식 중 초가공식품인 것과 아닌 것

“그럼 우리 아이가 매일 먹는 게 초가공식품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생각보다 친숙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초가공식품 해당 (4군) 초가공식품 아닌 것 (1~3군)
라면, 즉석 컵라면 삶은 달걀
시판 과자, 쿠키, 크래커 과일, 생채소 스틱
소시지, 핫도그, 가공 햄 두부, 통조림 참치(염분 주의)
탄산음료, 가당 주스, 초코우유 흰 우유, 무가당 두유
시리얼 (가당 제품 대부분) 오트밀 (통귀리, 무가당)
냉동 피자, 냉동 너겟, 떡볶이 소스 냉동채소 (첨가물 없는 것)
맛 첨가 스낵(치즈맛, 불닭맛 등) 무염 견과류, 치즈(자연치즈)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시리얼은 ‘건강식’처럼 포장된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가당 제품으로 4군에 해당합니다. 마케팅과 실제 성분 사이 간극이 가장 큰 품목 중 하나입니다. 성분표에서 ‘설탕’이나 ‘포도당 시럽’이 두 번째 이내에 나온다면 그 제품은 초가공식품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가공식품-자연식품-비교

완전히 끊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줄이는 법

아이 밥상에서 라면과 과자를 당장 전부 없애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아이도 거부하고, 부모도 지칩니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방향은 ‘전면 금지’가 아니라 비율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위험이 높아진 기준이 ‘하루 열량의 30% 이상’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천 가능한 조정 방법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간식 교체부터 시작하기. 과자 대신 과일, 견과류, 무가당 요거트로 하나씩 바꿉니다. 단번에 다 바꾸려 하면 지속이 안 됩니다. 일주일에 한 가지씩 교체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아이도 덜 저항합니다.

음료부터 정수기 물로. 탄산음료, 가당 주스, 초코우유를 물이나 흰 우유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열량과 첨가물 비중에서 음료가 차지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성분표 보는 습관 들이기. 성분표에서 원재료 목록이 3가지 이하이고 익숙한 이름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입니다. ‘유화제’, ‘말토덱스트린’, ‘아질산나트륨’, ‘인공향료’ 같은 단어가 여러 개 보인다면 초가공식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면은 주 1회 규칙. 라면을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주 1회로 제한하고, 그 대신 채소와 달걀을 추가해 영양적 균형을 보완합니다. 스프는 절반만 써도 나트륨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부모-아이-건강식-준비

아이가 어릴수록 영향이 더 큽니다

면역계와 폐는 영·유아기에 가장 빠르게 발달합니다. 이 시기에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자극이 이후 건강의 기반이 됩니다. 스페인 연구의 대상이 4~5세였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 나이대는 어린이집·유치원에서 간식을 먹고, 집에서도 부모가 주는 대로 먹는 시기입니다. 선택권이 아직 부모에게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물론 초가공식품 하나가 천식을 일으키는 게 아닙니다. 유전적 소인, 환경, 공기질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연구에서 체중이나 다른 변수를 보정해도 이 연관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은 ‘식단’이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완벽한 식단을 만들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지금 아이 간식 목록을 한 번 훑어보는 것, 그리고 하나씩 교체해보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거창한 계획 없이, 냉장고 안의 음료 하나를 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참고로, 아이의 면역과 호흡기 건강에 관심이 있다면 혈당 스파이크와 체내 염증 관리에 대한 글도 함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아이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식단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출처
하이닥: 알레르기 없는 아이도… 초가공식품 많이 먹으면, 천식 위험 4배 높다 (2026.05.19)
질병관리청: 청소년 초가공식품 섭취와 대사질환 위험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