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만료 두 달 전, 집주인한테서 연락이 왔을 때 그 느낌 아시나요. 갱신청구권은 이미 4년 전에 썼고, 이번엔 버틸 카드가 없다는 걸 알면서 전화를 받는 그 순간. 2026년 봄, 서울에서 전세 세입자로 산다는 건 딱 그 느낌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4월 기준 3만 건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1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입니다. 동대문구 용두동 한 단지에선 한 달 반 새 전세보증금이 1억5천만 원 올랐고, 성북구·노원구·광진구 중심으로 서울 외곽권 전셋값이 줄줄이 뛰고 있습니다. 갱신청구권을 이미 소진한 세입자라면 지금 가장 현실적인 질문은 하나입니다. 재계약이 나을까, 이사가 나을까.
서울 전세가 급등, 지금 어느 지역이 얼마나 올랐나
2026년 4월 서울 아파트 전세 주간 상승률은 0.22%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 12월 이후 약 6년 4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주간 0.22%는 연환산으로 11%가 넘는 속도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성북구(주간 +0.39%), 송파구(+0.39%), 광진구(+0.35%), 노원구(+0.32%), 강북구(+0.30%) 순으로 높습니다. 강남 3구만 뛰는 게 아니라 중저가 외곽 단지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실거주 의무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놓는 대신 직접 들어가는 사례가 늘었고, 신축 아파트 공급은 줄어드는데 이동 수요는 쌓이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갱신청구권을 이미 한 번 썼거나 4년이 다 된 세입자라면, 집주인이 시세대로 올려달라고 해도 법적으로 거절할 방법이 없습니다. 5% 인상 상한은 갱신청구권을 행사할 때만 적용됩니다. 그 권리를 이미 소진했다면 재협상은 사실상 대등한 협상이 아닙니다.
갱신청구권 소진 세입자, 재계약 vs 이사 손익 계산법
핵심은 단순합니다. 재계약할 때 추가로 내야 하는 돈과, 이사할 때 드는 비용을 비교하는 겁니다. 어느 쪽이 더 적게 나가는지, 그게 기준입니다.
이사 비용의 실제 구성을 먼저 정리해보겠습니다. 전세보증금 4억 원 기준으로 새 집 계약 시 공인중개수수료는 법정 최대 0.3%, 즉 120만 원입니다. 여기에 이삿짐 비용(3~4인 가구 서울 내 기준) 80~120만 원, 청소비 20~30만 원, 각종 행정 비용(전입신고·확정일자 등) 5만 원 내외를 합하면 총 이사 비용은 최소 225만 원에서 275만 원 수준입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250만 원은 각오해야 합니다.
이 기준으로 전세가 인상액별 손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세금 인상 요구액 | 추가 보증금 부담 | 이사 총비용 (추정) | 판단 |
|---|---|---|---|
| 2,000만 원 | 2,000만 원 (전세대출 증액 시 이자 약 월 6~8만 원) | 250만 원 내외 | 재계약 유리 |
| 5,000만 원 | 5,000만 원 (전세대출 이자 약 월 15~20만 원) | 250만 원 내외 | 조건부 비교 필요 |
| 1억 원 | 1억 원 (전세대출 이자 약 월 30~35만 원) | 250~300만 원 | 이사 검토 유리 |
| 1억 5,000만 원 | 1억 5,000만 원 (전세대출 이자 약 월 45~50만 원) | 250~300만 원 | 이사 강력 검토 |
이사 비용 250만 원은 일회성입니다. 반면 전세대출 이자 부담은 2년간 이어집니다. 1억 원 인상을 그냥 수용하면 2년 이자 합계가 720~840만 원에 달합니다. 이 계산에서 이사가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단, 이 계산은 새로 이사할 집의 전세가가 지금 집보다 크게 비싸지 않을 때만 성립합니다. 서울 전역이 동반 상승 중인 지금, 이사해도 비슷하거나 더 비싼 전세를 구해야 한다면 손익 계산은 달라집니다. 이 부분이 핵심 변수입니다.

재계약 협상, 실제로 얼마까지 깎을 수 있을까
갱신청구권을 소진했어도 집주인이 원하는 금액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협상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다만 카드가 없는 협상이라는 걸 인식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써볼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계약 기간을 유연하게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 공실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라면 2년 확약 조건으로 인상 폭 협상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주변 실거래가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는 방법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rt.molit.go.kr)에서 같은 단지 최근 3개월 전세 실거래가를 뽑아 제시하면, “주변 시세보다 높다”는 논리 근거가 생깁니다. 세 번째는 소액 월세 전환을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전세보증금 인상 대신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면, 보증금 추가 마련 부담 없이 협상을 타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집주인이 계약을 아예 끝내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묵시적 갱신이 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집주인이 계약 만료 6개월~2개월 전 사이에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다면, 묵시적 갱신으로 기존 조건 그대로 2년 연장됩니다. 이 경우엔 갱신청구권 소진 여부와 무관하게 5% 인상 상한도 적용됩니다. 계약 만료일을 확인하고, 집주인의 통보 시점을 체크해두는 것만으로도 협상 레버리지가 달라집니다.
역전세 리스크, 집주인이 압박받는 시점은 언제인가
전세가 오르는 시장에서 역전세 이야기를 꺼내면 뜬금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3년 전 최고점에 계약한 집주인 입장에서, 지금 전세가가 그 시점보다 낮다면 역전세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집주인은 세입자가 나갈 때 새로운 세입자의 전세금만으로 보증금을 다 돌려주지 못합니다.
2021~2022년 전세 최고점에 5억~6억 원으로 계약한 단지 중 일부는 현재 전세가가 그보다 낮은 경우가 남아 있습니다.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집에서 재계약 협상을 하고 있다면, 오히려 세입자 입장에서 협상 우위가 생깁니다. 집주인도 공실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지금 전세가가 2년 전보다 많이 오른 단지라면 집주인의 협상력이 강합니다. 내 집이 어느 쪽인지 확인하려면,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한 방법입니다. 공시가격 대비 126% 이내인 단지라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그 이상이라면 역전세 위험 단지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HUG 126% 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126% 룰 완벽 정리를 참고하세요.
그리고 보증금 보호 관점에서 한 가지 더 짚어둘 게 있습니다. 재계약을 할 때는 반드시 새 계약서를 작성하고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기존 계약서의 확정일자는 기존 보증금까지만 보호합니다. 증액된 금액에 대한 보호는 새 계약서 기준으로만 적용됩니다. 이 점을 놓치는 세입자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전세사기 예방 체크리스트도 함께 읽어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 전세사기 방지 특약과 선순위 정보 제공 의무 (2026 세입자 실전 체크리스트)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3가지
결국 재계약이냐 이사냐는 “얼마나 올리려 하는가”와 “이사해서 갈 수 있는 전세가가 얼마인가”를 비교하는 계산입니다.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경우보다 비슷하게 맞닥뜨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것보다 먼저 이 세 가지를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 확인 항목 | 확인 방법 | 판단 근거 |
|---|---|---|
| 집주인의 통보 시점 | 계약서 만료일 확인 + 집주인 연락 날짜 | 6~2개월 전 통보 없으면 묵시적 갱신 |
| 이 집 주변 전세 실거래가 |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 시세 근거로 협상 or 이사 선택 기준 |
| 이사 갈 지역 전세 시세 | 네이버 부동산, 직방 매물 검색 | 재계약 인상액 vs 이사 비용 최종 비교 |
만약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상황이 겹친다면 보증금 보호 절차도 별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경매 통보를 받은 세입자의 대응법은 → 경매 통보 받은 세입자가 보증금 지키는 5가지 행동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세 시장이 불리할수록 정보가 협상력입니다. 집주인 연락을 받기 전에 미리 계산해두세요. 그 준비가 실제 결과를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