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을 앓고 나서 “이제 다 나았겠지” 했는데, 두 달이 지나도 세 달이 지나도 그 자리가 쓰리고 아픈 분들이 있습니다. 옷깃이 스치기만 해도 찌릿하고, 샤워할 때 물이 닿으면 타는 것 같다고 합니다. 대상포진이 나은 게 아닙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이 통증은 수개월에서 심하면 수년까지 이어지는 만성 통증입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란 무엇인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PHN)은 대상포진의 피부 발진이 사라진 뒤에도 통증이 계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발진이 생긴 시점부터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진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발진 후 1개월 시점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추세입니다.
통증의 양상은 다양합니다. 타는 듯한 작열감, 전기가 오는 것 같은 찌릿한 느낌, 가볍게 닿기만 해도 심하게 아픈 이질통(접촉 과민), 바람만 불어도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 밤에 통증이 심해져 수면을 방해하고, 우울감이나 불안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통증 자체보다 지속되는 기간이 삶의 질을 무너뜨립니다.
원인은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을 손상시켜 신경이 지속적으로 비정상적인 통증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피부는 이미 나았지만 신경 자체가 회복되지 않아 통증 신호가 계속 발생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신경통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대상포진 자체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신경통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나이와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60대보다 70대, 70대보다 80대에서 발생률이 높습니다. 고령일수록 신경 손상 후 회복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발진이 심하고 광범위할수록, 초기 통증이 극심할수록 신경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뇨가 있는 경우에도 신경통 위험이 올라갑니다. 당뇨 환자는 이미 말초신경이 손상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대상포진이 신경에 추가 손상을 주면 회복이 더 어렵습니다. 혈당 관리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공복혈당 관리에 대한 내용은 당뇨 전단계 생활습관 개선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경통 치료, 어떤 방법이 있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완치가 어렵습니다. 치료의 목표는 통증을 줄여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미국 FDA에서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제로 승인한 약제는 4가지입니다.
- 5% 리도카인 패치: 통증 부위에 붙이는 국소 마취 패치. 전신 부작용이 적고, 직접적으로 통증 부위에 작용합니다.
- 8% 캡사이신 패치: 고농도 캡사이신 성분으로 통증 신호를 차단합니다. 병원에서 시술받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 가바펜틴(뉴론틴): 항경련제로 신경의 비정상적인 흥분을 가라앉힙니다.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 중 하나입니다.
- 프레가발린(리리카): 가바펜틴과 유사한 기전으로 신경통에 효과적이며, 수면 개선에도 도움을 줍니다.
이 외에 삼환계 항우울제(아미트립틸린 등)나 아편 유사 진통제, 신경차단술(신경 주사)도 사용됩니다. 신경차단술은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에 직접 약물을 주사해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약물로 조절이 안 될 때 시도합니다. 레이저 치료나 전기 자극 요법도 병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손보험이 있다면 신경통 치료비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단, 비급여 치료의 경우 보험사가 거절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의신청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실손보험 청구 거절 이의신청으로 뒤집는 방법을 참고하세요.
신경통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초기 72시간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상포진 초기에 빨리 치료하는 것입니다. 수포 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아시클로버, 발라시클로버 등)를 시작하면 바이러스가 신경을 손상시키는 정도를 줄일 수 있고, 신경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반대로 치료 시작이 늦어질수록 신경통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대상포진 예방백신도 신경통 예방에 효과가 있습니다. 조스타박스(생백신)는 1회 접종으로 대상포진 자체를 약 60%, 신경통 합병증도 약 60% 줄일 수 있습니다. 싱그릭스(사백신)는 예방률이 97%에 달하며, 신경통 예방 효과도 더 높습니다. 50세 이상이라면 접종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대상포진 수포 전에 오는 신호 3가지를 미리 알아두면 골든타임 안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참으면 낫는’ 통증이 아닙니다. 방치하면 만성화되고, 통증이 심해질수록 우울감과 수면 장애까지 겹칩니다. 발진이 사라진 뒤에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피부과나 신경과, 마취통증의학과에 진료를 받아보세요. 통증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만성화를 막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