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상도례 폐지: 가족에게 통장 털어도 처벌 못 하던 70년 관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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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의 통장에서 큰오빠가 수천만 원을 빼갔는데, 경찰에 신고했더니 “가족 간의 일이라 처벌이 어렵다”는 말을 들은 적 있으신가요? 황당하지만, 이게 실제로 수십 년간 유지돼 온 한국 법의 현실이었습니다. 바로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2025년 12월에 폐지됐습니다. 70년 넘게 이어진 관행이 드디어 끝난 겁니다.

친족상도례가 뭐길래 70년이나 유지됐을까요

친족상도례는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 일어난 재산 범죄는 국가가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형법 제328조에 근거한 조항으로,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부터 있었습니다. 무려 72년의 역사입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가족 안의 재산 문제는 국가가 끼어들기보다 가족끼리 해결하는 게 낫다”는 거였죠. 동양적 가족주의 문화를 반영한 조항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형법의 영향을 받았고, 당시엔 꽤 설득력 있는 논리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직계혈족(부모-자녀), 배우자, 동거하는 가족 사이의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했습니다. 아예 처벌이 안 됐습니다.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처럼 조금 먼 친척 사이의 범죄는 친고죄로,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오빠가 부모님 통장을 털어도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왜 폐지됐을까요. 헌재 결정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4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 결정이었습니다. 헌재는 형법 제328조 제1항(직계혈족·배우자·동거가족 간 재산범죄 형 면제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사건번호 2020헌마468).

헌재의 논리는 명확했습니다. 범죄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핵가족화, 가족 해체, 상속 분쟁 등 가족 내 갈등이 복잡해진 현실에서, “가족이니까 처벌 안 된다”는 원칙은 오히려 피해자를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헌재 결정과 함께 해당 조항의 적용은 즉시 중지됐고, 국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했습니다. 국회는 2025년 12월 30일 본회의에서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에서 개정된 형법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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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전과 후, 무엇이 달라졌나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겁니다. 이제 가족 간 재산 범죄도 피해자가 고소하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 자녀, 배우자, 형제자매 모두 포함됩니다. 거리가 가깝든 멀든 모든 친족 간 재산 범죄가 ‘친고죄’로 통일됐습니다.

구분 폐지 전 폐지 후 (2026년~)
직계혈족·배우자·동거가족 형 면제 (처벌 불가) 고소 시 처벌 가능
8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 친고죄 (고소 필요) 친고죄 동일 유지
처벌 가능 죄목 절도·사기·횡령 등 대부분 면제 절도·사기·횡령·배임 등 모두 가능
여전히 예외인 죄목 강도죄·손괴죄 강도죄·손괴죄 (원래 적용 안 됨)
고소 주체 직계존속 고소 불가 직계존속도 고소 가능
소급 적용 기준일 해당 없음 2024년 6월 27일 이후 범행

주목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기존에는 부모님이 자녀에게 재산 피해를 당해도 “직계존속은 고소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 때문에 고소 자체가 막혀 있었습니다. 개정안은 이 장벽도 함께 허물었습니다. 부모님이 자녀에게 피해를 봤다면 이제 직접 고소하실 수 있습니다.

과거 피해도 고소할 수 있을까요. 소급 적용 범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헌재 결정일인 2024년 6월 27일 이후에 발생한 범행부터 소급 적용됩니다. 그 이전에 일어난 일은 안타깝게도 새 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2024년 6월 27일 이후 피해를 당하셨다면, 개정법 시행일(2025년 12월 31일)로부터 6개월 이내, 즉 2026년 6월 30일까지 고소장을 접수하셔야 합니다. 이 기한을 놓치면 처벌 절차를 밟기 어렵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이 필요한 분들은 법률전문가와 상담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2025년 3월 대법원은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하는 판결(2024도19846)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헌재 결정 이후의 사건에 새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됩니다. 판례 원문은 대법원 판례검색(scourt.go.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전히 주의해야 할 것들

친족상도례 폐지로 가족 간 재산 범죄의 처벌 가능성이 열렸지만, 몇 가지 현실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첫째, 친고죄라는 성격은 유지됩니다.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자체적으로 기소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 스스로 행동해야 합니다. 둘째, 강도죄와 손괴죄는 원래부터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 두 죄는 변화 전후 모두 동일하게 처벌됩니다. 셋째, 법적 친족 범위를 잘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돈은 법적으로 친족이 아닙니다. 1990년 민법 개정 이후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은 인척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가족 간 재산 분쟁은 상속 문제와 깊이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연락을 끊은 가족의 상속권 문제가 궁금하시다면 구하라법 관련 글을 참고하시고, 사망보험금 수익자 지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70년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묵인됐던 재산 범죄가 이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피해를 당하셨다면 시효와 고소 기한을 반드시 확인하시고,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권리를 지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