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통장 비밀번호를 자꾸 잊어버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그냥 넘겼습니다. 나이가 들면 다 그런 거라고. 그런데 어느 날 보이스피싱 문자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현실이 보였습니다. 치매가 본격적으로 오기 전,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2026년 4월 22일, 국민연금공단이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공공신탁)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국가가 직접 치매 어르신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제도로, 올해 정원은 750명입니다. 신청하려면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합니다.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로 재산 관리가 어려워지기 전에, 본인이 직접 국민연금공단에 재산을 맡기는 제도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수탁자가 되어 의료비, 생활비, 복지서비스 이용료 같은 필수 지출을 대신 관리해줍니다.
여기서 핵심은 ‘걸리기 전에’입니다. 이미 치매가 심해진 뒤에는 본인의 의사 능력이 없어 신탁 계약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판단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을 때 신청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국가가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있는 셈입니다.
기존에도 민간 신탁 상품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수료가 비싸고, 고령층이 혼자 계약서를 읽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이 오히려 사기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번 공공신탁은 국가가 직접 수탁자로 나서기 때문에 그 위험을 크게 줄였습니다.

신청 자격: 누가 받을 수 있나
시범사업 대상은 크게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구분 | 조건 | 이용료 |
|---|---|---|
| 기본 대상 (무료) | 만 65세 이상 + 기초연금 수급자 +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 진단 | 무료 |
| 저소득 예외 (무료) | 65세 미만 조기발병 치매 + 차상위계층 또는 기초생활수급자 | 무료 |
| 비수급 고령자 (유료) | 65세 이상이지만 기초연금 미수급 | 위탁재산의 연 0.5% 수준 |
기초연금 수급 여부가 핵심 기준입니다. 쉽게 말해 소득 하위 70% 어르신이 주요 대상입니다. 2026년 기준 기초연금을 이미 받고 있다면, 별도로 소득 증빙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서가 있어야 합니다. 진단을 아직 받지 않은 분이라면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 인지기능 검사를 먼저 받는 것이 순서입니다.
위탁 가능한 재산은 어디까지인가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집도 맡길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아직은 아닙니다.
| 위탁 가능 (현금성 자산) | 위탁 불가 |
|---|---|
| 예금·적금 등 금융자산 | 부동산 (아파트, 토지 등) |
|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 주식·펀드 등 투자자산 |
| 주택연금 수령액 | 보험 해약환급금 |
위탁 재산 상한은 10억 원입니다.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민간 신탁 시장을 고려해 이 기준을 설정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이나 보험까지 포함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어, 향후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어르신이라면 지금 당장은 현금성 자산만 맡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신청해야 합니다. 집은 별도로 유언대리인이나 성년후견 제도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청 방법: 국민연금공단 방문부터 계약까지
신청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본인 또는 가족이 직접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방문하거나, 치매안심센터·요양기관에 의뢰하면 담당자가 연결해줍니다. 온라인 신청은 아직 지원되지 않습니다.
절차는 이렇게 됩니다.
| 단계 | 내용 |
|---|---|
| 1단계 | 국민연금공단 지사 방문 또는 치매안심센터 의뢰 |
| 2단계 | 대상자 여부 확인 및 우선지원대상자 선별 |
| 3단계 | 담당자와 상담 후 맞춤형 재정지원계획 수립 |
| 4단계 | 신탁 계약서 작성 |
| 5단계 | 본부 심의 승인 후 신탁 개시 |
준비물은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서, 기초연금 수급 확인서, 신탁 대상 자산 증빙 서류(통장 사본, 임대차계약서 등)입니다. 방문 전 국민연금공단 콜센터(☎ 1355)나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에 미리 전화해 서류 목록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신청하고 바로 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본부 심의까지 시간이 걸리고, 750명 정원 내에서 우선순위로 선별됩니다. 재산관리 위험도가 높을수록, 신청이 빠를수록 우선 배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알아야 할 주의사항과 현실적인 한계
좋은 제도지만 맹점도 있습니다. 미리 알고 신청해야 실망하지 않습니다.
첫째, 부동산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전 재산이 아파트 한 채인 어르신이라면 이 제도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됩니다. 예금이나 전세보증금이 있는 경우에 특히 유용합니다.
둘째, 판단 능력이 있을 때만 신청 가능합니다. 이미 중증 치매 상태에서는 신탁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해야지”가 아니라,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서두르는 것이 맞습니다.
셋째, 가족의 자율적인 인출은 막힙니다. 신탁 후에는 의료비, 생활비 등 필요한 지출을 국민연금공단이 계획에 따라 지급합니다. 가족이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바로 꺼낼 수 없습니다. 이 점이 오히려 경제적 학대를 막아주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일부 가족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넷째, 정원이 750명으로 제한됩니다.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올해는 전국 750명만 신청 가능합니다. 수요가 많은 지역은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재산 보호를 더 폭넓게 준비하고 싶다면, 성년후견 제도나 유언공증을 병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연락을 끊은 가족이 상속 문제로 엮여 있다면 구하라법으로 상속권을 제한하는 방법도 함께 확인해보세요.
지금 신청하지 않으면 국가도 도와줄 수 없다
한국의 65세 이상 치매 환자 재산이 154조 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있습니다. 그 돈이 보이스피싱, 가족 갈취, 금융 사기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공공신탁은 그 돈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처음으로 직접 나선 제도입니다.
타이밍이 전부입니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어르신이 주변에 있다면, 오늘 국민연금공단(☎ 1355)에 전화해 상담 예약부터 잡으세요. 신청 자격이 되는지 전화로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제도 안내는 정부24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압류 걱정 없이 생활비를 지키고 싶은 분이라면 생계비계좌 만드는 방법도 참고해보세요. 서로 다른 제도지만, 재산 보호라는 측면에서 함께 챙길 수 있는 수단입니다.
치매 관련 제도나 신탁 신청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경험을 공유해주시면 비슷한 상황의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